이예진 -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는 산조의 창시자인 김창조 명인의 손녀,
김죽파 명인이 완성한 유파로,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 연주에서는 김죽파 명인이 즐겨 사용했던 ‘겹청 조현법’으로
제일 아래 하청을 한 줄 더하고 제일 위 상청을 한 줄 빼,
가야금의 음역을 확장하고 저음의 깊이를 더욱 풍부하게 표현한다.
김죽파류 산조의 특징은 섬세하고 정교한 농현과
미세한 음의 변화, 감정을 절제하는 담백함에 있다
그 맛을 흔히 ‘곰삭은 곰국 맛’에 비유하며, 진한 슬픔을 표현하기보다는
절제된 감정으로 마음을 울리는 담백한 멋을 담고 있다
겹청 조현법을 통해 확장된 음역과 깊이 있는 표현을 감상하며,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만의 깊은 매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안병은 - 서용석류 대금산조
서용석류 대금산조는 대금 명인 서용석 선생님의 대표적인 산조로,
한주환 선생님께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의 음악에서 깊은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산조를 완성하였다.
이 산조는 판소리적인 맛이 살아 있어 힘 있고 생동감 넘치는 표현이 특징이며,
동시에 서정적인 아름다움도 지니고 있다.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마치 한 편의 이야기처럼 감정을 풀어내는 것이 이 산조의 큰 매력이다.
이번 연주에서는 서용석류 산조의 특징인 힘 있고 생명력 넘치는 소리,
그리고 대금 특유의 청아한 ‘청’ 소리를 통해 지금까지 연구해 온 음악적 해석을 담아
관객들과 깊이 있는 음악적 교감을 나누고자 한다.
무르익 - 무르익 산조병주
'무르익 산조병주'는 산조, 판소리 등 여러 민속 선율을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선법과 장단이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한 병주곡이다.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거문고와 해금이
서로를 모방하거나 대립하며 이루는 헤테로포니를 통해,
민속악의 단선율이 가진 깊이를 넘어 더욱 입체적인 감상을 끌어내고자 하였다.
여러 민속 선율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리의 영역을 상상하며
선율 및 주법을 확장한 부분을 통해 '무르익'의 시선을 함께 느끼길 바란다.
차루빈 - 함경도 민요연곡(풍전산곡)
함경도 민요연곡은 함경도 지역의 민요인 〈아스랑가〉, 〈농부가〉,
〈라질가〉, 〈퉁소시나우〉를 엮어 만든 작품으로,
거칠면서도 소박한 북한 민요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굿거리, 세마치, 동살풀이, 휘모리로 이어지는 장단 위에
특유의 리듬감과 해학이 살아 있으며,
퉁소의 맑고도 투박한 음색이 더해져 이채로운 생명력을 드러낸다.
이번 무대는 잊혀져 가는 퉁소 연주를 새롭게 조명하며,
퉁소 특유의 ‘청소리’와 투박한 숨결 속에서 따뜻하고 생생한 인간의 숨결을 그려낸다.
남한 민요와 닮은 듯 다른 선율미,
그리고 투박함 속에서 피어나는 화려한 장식음은 이 곡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전통의 원형을 존중하면서도 이 시대감각으로 재해석하여,
관객에게 익숙한 전통 속에서 새로운 울림을 들려주는 음악적 순간을 선사하고자 한다.
강태훈 - 유수불부(流水不腐)
유수불부(流水不腐) :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일정한 형태로 유지되지 않고 자유롭게 유동하며 변화하기에 물은 썩지 않는다.
잔잔하고, 물결치고, 굽이치고, 때로는 비가 되어 내리며 살아있는 것처
순환의 호흡을 지닌다. 고여 있으면 결국 썩는다.
살아 있으려면 흘러야 한다.
렇다면 전통은 흐르는가? 아니면 멈춰 있는가.
물은 증발해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땅으로 돌아온다.
형태는 바뀌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전통 또한 다르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흘러가는 듯 보이면서 끊어져 보이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이 역설들을 거문고의 끊어지는 타점과 단절 속에서 오히려 순환을 구현하고자 한다.
끝이라 여겨진 순간도, 사실은 새로운 순환의 시작이었음을.
윤희연×김민정 - 삼면인(三面人)
‘삼면인’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세 가지 단면을
전통 현악기로 구성한 전시형 공연이다.
기승전결의 흐름 없이 각 작품은 독립적이며,
동시에 서로를 반사하는 거울 역할을 한다.
관객은 세 가지 얼굴 사이를 거닐며, 반복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 중 어떤 얼굴이 진짜 나인가?” “혹은 이 모두가 나인가?”
이 공연은 인간이 가진 다면성과 끊임없는 내적 변화,
그리고 정체성의 불분명함을 탐구한다.
각 작품은 시대와 상징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의 불완전함과 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삼면인’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다양한 층위를 음악으로 전시하는 무대이며,
그 안에서 관객은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Scene(씬) -
Choi JinHo 2023 F/W Collection. for ‘Scene’
흘러나오는 음악, 그 안의 어두운 공간, 그 속에 돋보이는 컬렉션.
음악그룹인 '씬(Scene)'을 위한 곡으로,
전통을 벗어나는 방식 중 '이질적인 음색의 출현'을 키워드로 작곡했다.
특히 개량 양금의 철현 베이스를 중심으로 곡이 의도한 이질적인 질감을 드러낸다.
그 방식으로 곡이 가진 에너지를 가장 크게 방출하는 세션에
테크노(Techno)의 양식을 사용했는데,
4/4의 정박을 유지하는 북드럼과 엇박으로 치고 나오는 바라,
그 밑에 베이스를 풍부하게 채워주는 양금.
이러한 짧은 구절의 반복이 전자음악 질감이지만 마치 굿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가장 큰 에너지를 방출한 이후, 정악 기반의 따뜻한 선율이 극적으로 흐른다.
그 선율을 레이어드하는 가야금 연주자의 허밍(Humming)이
기존 정악이나 민요의 전통적 성음이 아닌,
본래 인간이 가진 가장 단순한 형태의 허밍이기에 전통적이면서도
특징적인 레이어드 형태의 음향을 들을 수 있다.
산조로 시작하여 공격적인 전자음악으로, 그 뒤에 따뜻하게 펼쳐지는 정악,
그리고 이를 하나로 완성시키는 곡의 대비적인 흐름은
표제로 제시한 '컬렉션'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
카카오 아이디로 로그인